새신랑

여행의 추억

9개월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여수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내 집은 좀 더 넓은 평수의 임대가 아닌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마지막 이사도 내가 군대에 있을 때 했는데 이번 이사도 내가 해외에 나가있는 동안 했다. 결국 이사할 때에 내가 도와주질 못했다. 이사를 하면 짐을 싸고 푸는게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내가 없었기에 결국 내 짐은 마구잡이로 포장되어 내가 돌아올 때까지 상자속에 보관되고 있었다. 오늘, 그 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짐들을 정리하면서 내 오래된 편지들과 사진들을 보았다.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않는 이름들에게서 받은 편지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생각나지 않는 이름들을 애써 기억해보려 했지만 결국 희미한 흔적만 기억해낼 수 있었다. 통신에서 만났던 누나, 그리고 교회에서 만났던 친구, 전라도 경상도 통합 학교 수련회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들에게서 받았던 편지들과 편지 사이에 붙여있는 스티커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때 시작했던 사진 공부로 인해 쌓여있는 수많은 사진들을 보았다. 정겨운 얼굴도 있었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얼굴도 내 사진 속에 있었다.

난 어느샌가 그 모든 추억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넘쳐나는 미디어 속에서 정리하지 못할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이전의 기억을 되돌아 볼 틈을 가지지 못했다. 오래전엔 인화비가 비싸서 사진을 찍어도 몇장 찍지 않았었다. 그 때에는 사진들을 앨범에 고이 간직하고 자주 꺼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고 난 후 하루에도 수십장씩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모두 컴퓨터 속에 간직된다. 그 사진은 수많은 컴퓨터 파일중의 하나가 되어 잊혀진다. 때로는 컴퓨터의 고장으로 다시는 복구할 수 없게 사라지기도 한다. 난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그 기억을 잊어버린 채 현재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과거가 나를 만들었다. 추억은 그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시간이 지나고 디지털이 점점 보급될 수록 미디어의 생산은 더 쉬워진다. 수많은 기억들이 디지털로 보존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내 추억이 되지 못한다. 다시 떠올릴 수 없는 언젠가는 단 하나의 실수로 사라질 파일이다.

이번 여행에서 36컷 필름 12롤을 찍었다. 450컷 가량되는 수많은 사진을 찍었다. 여행중 건물을 찍지도 않았고 유명장소를 배경으로 나를 찍는 평범한 ‘기록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그 모든것이 내게는 무의미했다. 그렇게 사진 찍는 횟수를 줄였는데도 450번 카메라 셔터가 열렸다. 이 모든 사진을 책장을 차지하는 쓸모없는 필름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하면 자주 되돌아볼 수 있는 추억으로 만들 수 있을까?

Comments (2)

  1. 민형~ wrote::

    와~ 한국 들어온거야? +_+

    수요일, 6월 13, 2007 at 20:16 #
  2. BlackEngine wrote::

    응~ 들어왔지 6월초에 들어왔어~

    수요일, 6월 13, 2007 at 2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