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2009년의 끝

2009년 1월 1일은 강원도 하이원 스키장에서 맞이했었다. 날씨도 무척이나 추웠었다. 그래도 보드타는 재미에 즐겁게 시작한 새해였다.

어릴 적엔 매 해 마지막 날 교회에서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교회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놀면서 밤을 새고 새벽 즈음 일출을 보기 위해 다같이 움직였다. 버스 첫차를 타고 일출을 보기 위해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항상 막혔다. 매 해마다 일출 명소인 향일암에서 일출을 보려고 움직였지만 정작 단 한번도 향일암에서 새해 일출을 본 적이 없었다. 항상 가는 도중에 곁길로 빠져 중간 즈음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고는 했다. 새벽이라 공기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암흑 속에서 우리가 일출을 보기 위해 도착하면 미리 온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워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면 그 옆에 붙어서 가끔씩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일출시간은 항상 7시 30분이었다. 날은 한참 전에 밝아오지만 해를 볼 수 있는 시각은 항상 7시 30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스키장에서 시작한 올해는 조금 색다르게 시작한 해였다. 내 삶에서도 색다른 시작이기도 했다. 항상 정해진 길로만 살아오다 처음으로 내 결정으로 인생의 방향을 정해 대학원을 시작하는 해였다. 나름 한국에서 제일 좋다는 곳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어서 들뜬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던 한 해가 벌써 끝나간다. 이제 15일밖에 남지 않았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던 대학원 생활은 프로젝트에 치이고 교과목에 치여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논문 한 번 써보자고 굳게 다짐했는데 교수님이 다그치는 프로젝트와 교과목 숙제가 내 공부를 할 엄두를 못내게 했다. 겨우 말도 안돼는 아이디어 하나로 국내 학회에 한번 내본 것이 전부다. 올 한 해는 큰 배움없이 넘어가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결혼 준비가 끝나간다는 점이다. 1월 16일로 결혼일시가 잡히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실 난 많이 준비를 돕지 못했고 신부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열심히 준비해서 미안한 마음 뿐이다. 8월부터 지금까지 제 일 못하고 결혼준비에 신경을 써왔었다.

내년엔 조금 더 안정될 것 같다. 내 집도 있고 신경쓸 결혼 준비도 끝난다. 이젠 졸업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강하게 남을 것같다. 아직 연구 주제도 잡지 못했는데 벌써 졸업이 코앞이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올해 알게 되었으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올해는 흐지부지 지나갔지만 내년은 좀 더 알차게 보내도록 노력해야겠다.